'하이패스' 쓰면 '범법자'로 전락<1탄>
'하이패스' 쓰면 '범법자'로 전락<1탄>
  • 서병곤
  • 승인 2010.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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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 30km 규제에 실효성 논란 급물살

 

지난 1일 부터 하이패스 구간에서 시속 30km 이상으로 통과할 시 벌금을 물겠다고 경찰청이 고시한 가운데 이를 두고 한국도로공사의 하이패스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즉 정체해소 및 연비절감 등 저탄소 정책 일환으로 각광 받았던 하이패스의 슬로건이 이번 30km속도 제한으로 법제화 되면서 이를 두고 이용자들 사이에선 이는 ‘거북이 걸음’이나 마찬가지라며 표를 끊고 통과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남 광양에서 서울로 물류를 운반하는 화물차 기사 김모씨(40세)는 하이패스를 자주 이용하는 고객이다. 이번 하이패스 속도제한이 법제화 되면서 평균 90km로 통과한 것이 30km로 감속하고 통과하는 것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김모씨는 최근 속도제한 소식을 듣고, 나들목 진입시 엑셀레터에서 발을 떼고 하이패스 구간까지 가봤다고 한다. 그러나 규정 속도 보다 매번 시속 30km미터를 웃돌았다는 것. 결국 이 속도를 지키는 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김모씨는 또 그냥 지나가도 될 구간을 규정 속도로 인해 감속을 하고 다시 가속을 해야 되는데 하이패스의 장점인 연비절감과는 동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연비가 좋아지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김모씨는 “고속도로에선 30km는 스쿨존 같은 일반도로에서 거북이 걸음처럼 서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하이패스 운전자들이 규정 속도 시속30km 과연 잘 지키고 할지 미지수다. 표를 끊고 통과한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하이패스 구간이 벌금 요충지로 변질되면서 속도를 지키는 과정에서 사고가 날까 우려스럽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정체하더라도 거금 13만원을 드려 하이패스 단말기를 사질 않았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도 위성도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이모씨(34세) 역시 불만을 토로 하긴 마찬가지다. 이모씨는 하이패스 구간이 30km으로 제한됐는지 몰랐는데 최근 지인을 통해 알았다고 한다.

 

이모씨는 “30km이 권고 속도라는 건 예전부터 알았는데 1일부터 30km 이상 위반 시 벌금을 내야 하는지 몰랐다. 이것은 ‘길 가다가 뒤통수 맞은 격’이다. 현재 하이패스 이용자가 400만명을 넘은 것으로 안다. 환경을 위해서 시간절감을 위해 도로공사에서 적극 권장하더니 이제는 까닥 하단 범법자로 전락하는 것 아닌지 기분이 묘하다. 위반에 걸려 벌금을 낼 봐야 차라리 요금소에서 표를 받고 통과 하겠다”고 하소연 했다.

 

회사원 이모씨 처럼 하이패스 통과구간 30km 속도제한 규제에 모르는 이용자가 태반이다. 자칫 무방비 상태에서 벌금을 물 수 있다는 것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내외적으로 홍보가 미흡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구간마다 속도 제한 안내 표시가 돼 있다”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하이패스는 통과구간 속도 제한이 법제화되기 전 차량 이용자들에게 각광을 받아왔다. 정체 해소, 연비 절감 등 저탄소 정책의 표본으로 부각되면서 이용자 수도 꾸준히 증가해 왔다.

 

그러나 이번 속도 규제로 상황이 정반대로 뒤 바뀌면서 하이패스 단말기 제공업체들의 배만 부르게 된 꼴이 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하이패스가 자칫 벌금의 온상지로 변질 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표출되고 있다.

 

근거도 없는 '30km'..안전 위장한 세금 충당 꼼수?

 

하이패스 구간 제한 속도와 관련해 몇 년 전부터 이미 30km/h로 도로공사가 권고한 사항이다. 도공은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30km 속도 제한 법제화를 경찰청에 요청했고 최근 경찰청이 고시한 것이다.

 

고시 내용을 보면 단속 속도는 30km이며, 다만 이용자들이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속도제한 거리를 150m 전방에서 50m 전방(IC형 톨게이트의 경우는 30m 전방)으로 축소했다. 위반 시 범칙금은 20km미만은 별점 없이 3만원, 20km~40km 이하는 15점 별점에 승용차 6만원 승합차 7만원이고, 40km 이상은 별점 30점에 승용차 9만원 승합차 10만원으로 일반 속도위반 범칙금과 동일하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이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30km 제한은 이미 우리 측에서 권장한 것이고 이번에 경찰청에서 법제화 한 것”이라며 “이 같은 속도 제한은 이미 일본이나 이태리 등 선진국에서 보다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고 우리 실정에 맞게 정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규제는 얼마 전 인천버스 추락 사고와 같은 하이패스 관련 사고를 막고자 하는 방안으로 이번에 경찰이 공식적으로 30km로 법제화 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로서도 안전성이 최우선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위반 시 벌금과 관련해선 “경찰청이 결정한 사안일 뿐 벌금문제는 우리가 관여한 사안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문제는 예전부터 속도 제한 기준에 대해 도로공사가 경찰청과 협의하겠다고 전해졌는데 최근 경찰청이 도로공사와 협의하지 않은 채 30km로 법제화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는 예전부터 권고한 속도이고 요청한 사안이니 만큼 수용하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하이패스로 수익성을 창출한 도로공사가 하이패스의 특성을 잊고 통과 구간에서 일어난 사고 빈도에 대한 안전성만을 강조했다는 지적이다.

 

하이패스의 속도 규제에 대해 대부분 이용자들이 이에 대해 반감을 사고 있는 건 바로 도로공사가 하이패스의 실효성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안전성을 우위에 두다 보니 연비절감 효과와 고속도로 환경 및 운전자 체감 속도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하이패스 이용자들은 속도를 위반 할 시 자칫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경찰청과 도로공사가 무조건 규제라는 면목으로 부족한 세금을 충당하고자 하는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취재결과 도로공사는 30km 제한 속도에 대해 정확한 기준과 과학적 통계근거 없이 임의적으로 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30km 속도 제한의 효과에 대해 과학적 자료와 통계는 없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해 반감을 가진 이용자들이 있는 반면 안전성에 30km가 딱 적당하다는 이용자들도 있다. 이러한 의견을 반영해 30km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도로공사는 이에 대해 사전조사가 전혀 안됐음을 말해주고 있다. 특히나 반대의견은 무시한 채 기준 속도제한을 아무런 절충도 없이 ‘30km’라고 맹목적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는 하이패스 실효성에 대해선 도공이 간과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럴거면 왜 하이패스 운영하나..

 

대체적으로 하이패스 이용자 사이에선 구간 사고 안전성에 대해선 공감은 하지만 30km제한은 너무 안전성 만 강조한 측면이 강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차라리 안전바를 없애고 통과 구간 폭을 넓히거나, 안전성은 물론 연비절감을 고려한다면 50km정도가 적당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박순자 의원은 최근 도로공사 국정감사에서 “시속 100km 전후로 달리던 차량들이 갑자기 속도를 줄이면서 앞차와 추돌사고를 일으킬 소지가 있으므로 50km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눈에 띄는 건 도로공사가 규제 속도 30km가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최근 도로공사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여야 의원들 할 것 없이 하이패스 통행 속도 30km 제한은 ‘오히려 대형 사고를 부춘 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하이패스의 실효성과 안전성을 두고 논란만 가중시켜 오히려 폐단만 드러나고 있는데 구지 도로공사가 하이패스를 운영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 측은 하이패스를 폐기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안전성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전국 고속도로의 환경과 차량 이용자들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고 아무런 기준 근거 없이 안전성을 명목으로 전체 구간에 대해 30km으로 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더욱 이상한 것은 하이패스가 벌금 단속의 천덕꾸러기로 변질 됐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도공이 처음 어떤 의도로 하이패스를 기획했는지에 대해 다시금 상기할 필요 있다”고 질타한 뒤 “지금부터라도 효과적인 제한 속도에 대한 당국의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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